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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말,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배추 모종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이 나왔다. 3년째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봄배추는 4월 초에 심어 6월에 수확하고, 가을배추는 8월 초에 심어 11월에 수확하는 게 정석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매년 가을배추는 배추 속이 차지 않거나, 병충해에 시달리거나, 심하면 배추통이 터져버리는 일이 반복됐다.작년에는 과감하게 '정석'을 깨기로 했다. 농촌진흥청의 공식 자료를 뒤져보니, 가을배추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파종 시기와 정식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눈에 띄었다.그래서 8월 첫째 주가 아닌, 9월 첫째 주에 배추 모종을 심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성공적인 가을배추 수확이었다.왜 8월 심기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가
처음 배추 농사를 시작했을 때 들었던 말은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배추의 최적 생육 온도는 낮 18-22도, 밤 10-15도 사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8월의 평균 기온이 이 범위를 한참 벗어난다는 점이다.| 구분 | 8월 상순 | 8월 중순 | 8월 하순 | 9월 상순 | 9월 중순 |
|---|---|---|---|---|---|
| 평균 기온(서울 기준) | 28.4℃ | 27.8℃ | 26.5℃ | 24.1℃ | 21.3℃ |
| 배추 생육 적정 온도 | 18-22℃ | 18-22℃ | 18-22℃ | 18-22℃ | 18-22℃ |
| 병충해 발생률(10년 평균) | 78% | 65% | 52% | 31% | 18% |
| 배추 속차기 성공률 | 45% | 52% | 61% | 79% | 88% |
위 표에서 보듯, 8월 상순에 심은 배추는 생육 초기부터 고온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배추는 결구기(속이 차는 시기) 에 고온이 지속되면 배추 속이 제대로 차지 않고, 오히려 잎이 길게 자라기만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배추가 꽃대를 올리는 추대 현상이 발생하거나, 배추통이 갈라지는 열과 현상이 나타난다. 작년에 9월 첫째 주로 심는 시기를 늦춘 후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병충해 관리가 확 줄었다는 점이다.8월에 심을 때는 배추벌레, 진딧물, 노균병이 끊이지 않아 일주일에 두 번씩은 농약을 쳐야 했다. 그런데 9월에 심으니 낮 기온이 25도를 넘는 날이 거의 없었고, 배추벌레 발생 주기도 길어졌다.실제로 병충해 방제 횟수가 8회에서 3회로 줄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방식이 농촌진흥청의 공식 권장 사항과도 일치한다는 사실이다.2023년 발간된 '배추 재배 기술 지침서'에 따르면, 중부 지역 기준 가을배추 파종 적기는 8월 10일-15일이었으나, 최근 기후 온난화로 인해 8월 25일-9월 5일로 조정되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지침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배추 수확량이 30%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실려 있었다.물주기 실패를 막는 시간표 변경법
배추 물주기는 단순히 '물을 자주 주면 된다'는 접근법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특히 가을배추는 생육 단계별로 수분 요구량이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 심는 시기가 한 달 늦춰지면, 강우 패턴과 온도 조건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물주기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생육 단계 | 8월 정식 시 하루 평균 급수량 | 9월 정식 시 하루 평균 급수량 | 차이점 |
|---|---|---|---|
| 정식 후 1주일(활착기) | 1회 500ml(1일 2회) | 1회 300ml(1일 1회) | 증발량 차이 |
| 생육 초기(30일간) | 1회 700ml(2일 1회) | 1회 500ml(3일 1회) | 강우 빈도 차이 |
| 결구기(40-60일) | 1회 1L(1일 1회) | 1회 800ml(2일 1회) | 일조량 차이 |
| 수확 전 2주 | 1회 400ml(3일 1회) | 1회 300ml(5일 1회) | 저장성 고려 |
직접 경험한 가장 큰 차이는 정식 후 첫 일주일이었다. 8월에 심었을 때는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흙이 순식간에 마르는 바람에 모종이 시들시들해지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래서 아침 7시, 저녁 6시 하루 두 번씩 물을 줘도 모자랄 때가 많았다. 그런데 9월에 심으니 낮 기온이 28도를 넘는 날이 거의 없었고, 흙의 수분 증발 속도도 현저히 느려졌다.가장 중요한 변화는 물주기 시간대였다. 8월에는 아침 7시 이전에 물을 줘야 낮 동안 증발을 막을 수 있었지만, 9월에는 오전 10시쯤 물을 줘도 충분히 효과를 봤다.오히려 너무 일찍 물을 주면 밤사이 기온이 떨어질 때 습기가 차가워져 냉해 위험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농촌진흥청의 자료를 보면, 9월 이후 배추 물주기는 오전 9시-11시 사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물의 온도였다. 8월에는 호스에 남아 있던 뜨거운 물이 배추 뿌리에 닿으면 화상처럼 잎이 타는 현상이 발생했다.그래서 반드시 5분 정도 물을 빼낸 후에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9월에는 이런 문제가 거의 사라졌고, 오히려 물 온도가 15도 내외로 유지되어 배추 뿌리 발달에 더 유리했다는 연구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거름주기 실패 없는 3단계 전환법
배추 거름주기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질소 비료 과다 사용이다. 배추가 잘 자라라고 질소 비료를 많이 줬더니, 오히려 배추통이 물러지고 병충해에 취약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심는 시기를 늦추면, 기온이 낮아지면서 비료의 분해 속도와 흡수율이 모두 변하기 때문에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료 종류 | 8월 정식 시 사용량 | 9월 정식 시 사용량 | 시비 시기 차이 |
|---|---|---|---|
| 밑거름(퇴비) | 1평당 3kg | 1평당 4kg | 9월은 분해 속도 느림 |
| 질소 비료(요소) | 1차 20g, 2차 15g | 1차 15g, 2차 10g | 과다 시 결구 불량 |
| 인산 비료(용성인비) | 1평당 30g | 1평당 40g | 뿌리 발달 촉진 |
| 칼리 비료(황산칼리) | 1평당 20g | 1평당 25g | 저장성 향상 |
작년에 적용한 가장 큰 변화는 밑거름 투입량을 30% 늘리고, 웃거름(추비) 투입량을 25% 줄인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9월에 심으면 초기 생육 기간이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비료 분해 속도가 느려진다. 따라서 밑거름으로 영양분을 충분히 확보해두는 게 중요했다.반면, 웃거름은 배추가 영양분을 흡수하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오히려 과잉으로 남아 토양 염류 집적을 일으킬 위험이 컸다. 실제로 시비량을 조정한 결과, 배추 잎이 지나치게 크게 자라는 현상이 줄었고, 대신 속이 단단하게 차는 효과를 봤다.농촌진흥청의 시험 결과에 따르면, 9월 정식 배추의 경우 질소 비료 사용량을 20% 줄이고 칼리 비료 사용량을 10% 늘렸을 때 배추 저장성이 40일에서 60일로 늘어났다는 데이터도 있다. 거름주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시비 시기다.8월 정식 때는 정식 후 15일, 30일, 45일에 웃거름을 줬지만, 9월 정식 때는 정식 후 20일, 40일에만 줬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배추의 생육 속도 자체가 느려지기 때문에, 추비 횟수를 줄이고 간격을 늘린 것이다.이렇게 하니 배추가 웃거름을 흡수할 시간이 충분해져서 영양분 낭비가 줄었다.가을배추 품종 선택이 수확량을 결정한다
배추 심는 시기를 늦추기로 결정했다면, 품종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8월에 심는 조생종 배추와 9월에 심는 중만생종 배추는 생육 특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결구 온도와 수확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잘못 고르면 배추가 제대로 크지 않거나 오히려 너무 빨리 자라서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품종명 | 육성 기관 | 추천 파종기 | 생육일수 | 결구 온도 | 저장성 |
|---|---|---|---|---|---|
| 춘광 | 농우바이오 | 8월 하순-9월 상순 | 65일 | 10-20℃ | 우수(60일) |
| 신동초 | 동부팜한농 | 8월 중순-9월 초 | 70일 | 8-18℃ | 보통(40일) |
| 황금노랑 | 농촌진흥청 | 8월 하순-9월 상순 | 75일 | 10-18℃ | 매우 우수(90일) |
| 겨울왕국 | 신젠타 | 9월 상순-중순 | 80일 | 5-15℃ | 최상(120일) |
작년에 선택한 품종은 '황금노랑' 이었다. 이유는 농촌진흥청이 2020년 육성한 품종으로, 가을배추 재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품종은 저온에서도 결구가 잘 되고, 배추 속이 노란색을 띠어 김치를 담갔을 때 색감이 살아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실제 재배 결과, 황금노랑은 9월 첫째 주에 심었을 때 65일 만에 수확이 가능했고, 배추 무게가 평균 3.5kg에 달했다.동일한 조건에서 춘광 품종은 3.2kg, 신동초는 2.8kg 정도였다. 더 중요한 건 맛이었다.황금노랑 배추로 담근 김치는 단맛이 더 강하고, 아삭한 식감이 오래 지속됐다. 품종 선택 시 꼭 확인해야 할 점은 해당 품종의 결구 온도 범위다.9월에 심는다면 최저 결구 온도가 10도 이하인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1월 초 갑자기 기온이 떨어질 때 배추 속이 차지 않고 끝나버릴 수 있다.또한 저장성도 고려해야 하는데, 김장용 배추는 최소 60일 이상 저장이 가능해야 실용적이다.한 달 늦춘 배추, 수확 시기는 언제가 적절할까
심는 시기를 늦췄다면 수확 시기도 당연히 뒤로 밀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날짜만 늦추는 게 아니라, 배추의 생육 상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초보 농부들이 하는 실수가 바로 '책에 나온 대로' 수확하는 것이다.| 수확 기준 | 8월 정식 배추 | 9월 정식 배추 | 판단 방법 |
|---|---|---|---|
| 결구 상태 | 55-60일 후 완전 결구 | 65-75일 후 완전 결구 | 손으로 눌러 단단함 확인 |
| 배추 무게 | 평균 2.5-3kg | 평균 3-4kg | 5개 샘플 측정 |
| 잎 색깔 | 연한 녹색 | 진한 녹색 | 외엽 3-4장 황변 시 |
| 저장 온도 | 0-2℃ | -1-1℃ | 저온 저장고 기준 |
작년 11월 10일, 배추밭에 서서 황금노랑 배추를 만져봤다. 배추 겉잎이 약간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고, 배추통을 손으로 꾹 눌렀을 때 단단하게 버티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바로 수확 적기였다. 9월 5일에 심었으니 정확히 65일 만이었다.만약 8월 5일에 심었다면 10월 10일쯤 수확했을 텐데, 그때는 아직 기온이 높아서 배추가 더 자랄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수확 시기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최저 기온이다.배추는 영하 5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그 이하로 내려가면 동해를 입는다. 따라서 지역별 첫서리 예보를 확인하고, 그 전에 수확을 마치는 게 안전하다.서울 기준 첫서리는 보통 11월 10일-15일 사이에 내리므로, 9월 첫째 주에 심은 배추는 11월 5일-10일 사이에 수확하는 것이 적절했다. 또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수확 전 2주 동안은 물주기를 확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배추가 수분을 많이 머금은 상태에서 수확하면 저장 중에 쉽게 물러지고 썩을 확률이 높아진다. 작년에는 10월 25일부터 물주기를 5일에 한 번, 500ml로 줄였더니 수확한 배추가 2월까지도 싱싱하게 유지됐다.배추 심는 시기를 한 달 늦추는 것은 단순히 '늦게 심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주기, 거름주기, 품종 선택, 수확 시기까지 모든 과정을 재설계해야 하는 완전히 다른 재배법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확실했다. 병충해는 줄고, 수확량은 늘고, 저장성은 좋아졌다.올해도 나는 9월 첫째 주에 배추 모종을 심을 예정이다. 당신도 한 번 도전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