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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골에 내려가 보니 옆 밭 아주머니가 갓 파종을 하고 계시더군요. “야, 올핸 일찍 심었네?” 인사를 건네니 “에이, 한 달만 늦었어도 망할 뻔했어” 하시면서. 그 말 듣고 보니 작년에도 아주머니는 9월 중순에 심었다가 얼른 자라지도 못하고 꽃대만 올라와서 속상해하셨죠. 갓은 생각보다 타이밍이 중요한 작물입니다.
갓, 왜 하필 지금 심어야 할까?
갓은 우리 밥상에서 겉절이로, 김치로, 쌈으로 없어서는 안 될 채소입니다. 그런데 이 갓이라는 녀석, 성질이 꽤 까다로워요.
파종 시기를 단 일주일만 놓쳐도 수확량이 30% 이상 차이 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2023년 시험 재배 자료를 보면, 9월 초에 파종한 갓은 평균 수확량이 1㎡당 4.2kg이었지만, 10월 초에 심은 건 2.8kg에 그쳤답니다.갓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호냉성 작물입니다. 발아 적온이 15-20℃ 정도인데, 이 온도가 유지되는 시기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9월 상순부터 10월 중순까지예요.이 시기를 놓치면 두 가지 큰 문제가 생깁니다. 첫 번째는 추대(꽃대 올라오는 현상)입니다.갓은 저온에 노출되면 꽃눈 분화가 촉진돼요. 10℃ 이하의 기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본잎이 4-5장일 때도 갑자기 꽃대가 올라옵니다.꽃대가 올라오면 잎은 억세지고 쓴맛이 강해져서 식용 가치가 급락하죠. 2022년 경기도농업기술원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이후 파종한 갓의 40%가 추대 현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생육 기간 부족입니다.갓은 씨앗을 뿌린 후 수확까지 보통 40-60일이 걸립니다. 11월 중순에 김장을 하려면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심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10월 중순 이후에 심으면 첫서리(보통 11월 상순-중순)를 맞기 전에 충분히 자라지 못합니다.그렇다면 정확히 언제 심는 게 가장 좋을까요? 저는 지난 5년간 직접 갓을 재배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중부 지방 기준으로 9월 5일에서 9월 25일 사이가 최적기입니다. 남부 지방은 이보다 1-2주 늦은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도 괜찮고요.| 지역 | 최적 파종 시기 | 늦어도 파종 마감 | 평균 생육 기간 |
|---|---|---|---|
| 중부 지방 (서울, 경기, 강원) | 9월 1일 - 9월 20일 | 9월 30일 | 50-55일 |
| 남부 지방 (전라, 경상) | 9월 10일 - 10월 5일 | 10월 15일 | 45-50일 |
| 제주도 | 9월 20일 - 10월 15일 | 10월 25일 | 40-45일 |
| 고랭지 (해발 600m 이상) | 8월 15일 - 9월 5일 | 9월 10일 | 55-60일 |
위 표를 보면 지역별로 최적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고랭지의 경우 기온이 빨리 내려가기 때문에 8월 중순에 심어야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합니다.
제가 2021년에 강원도 친구네 텃밭에 9월 10일에 갓을 심었다가 거의 다 망친 경험이 있어요. 아침 기온이 5℃까지 떨어지면서 모든 갓이 한꺼번에 꽃대를 올리더군요.파종, 이렇게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자, 이제 시기를 잡았다면 어떻게 심을지가 궁금하시죠? 제가 처음 갓을 심었을 때는 씨앗을 너무 깊게 묻어서 한참 동안 싹이 안 나온 적이 있습니다. 갓 씨앗은 아주 작아서요, 1g에 무려 400-500립이나 들어 있어요.
이런 작은 씨앗은 얕게 심어야 빛을 받아 발아가 잘 됩니다. 파종 깊이는 0.5-1cm면 충분합니다.손가락 첫 마디 정도로 얕게 구멍을 내고 씨앗을 2-3알씩 넣은 뒤, 흙을 살짝만 덮어주세요. 너무 두껍게 덮으면 씨앗이 힘을 쓰지 못하고 썩어버립니다.실제로 2020년 농촌진흥청 실험에서 파종 깊이 2cm 이상인 구획은 발아율이 65%에 그친 반면, 0.5cm 구획은 92%의 발아율을 보였습니다. 간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갓은 포기 사이 간격을 15-20cm, 줄 사이를 20-25cm로 유지하는 게 일반적입니다.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좀 더 촘촘하게 심는 걸 선호해요. 간격을 10-15cm로 줄이면 처음에는 빽빽하지만, 솎아내는 과정에서 어린잎을 겉절이로 먹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입니다.파종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어요. 밑거름 주기입니다.갓은 생육 기간이 짧은 만큼 초기 영양 공급이 필요합니다. ㎡당 퇴비 2-3kg, 질소 비료 20g, 인산 비료 15g, 칼리 비료 15g 정도를 밭을 갈기 전에 뿌려주세요.질소 비료가 많으면 잎이 너무 무르게 자라 병충해에 약해지니까 적당히 해야 합니다.| 파종 항목 | 권장 기준 | 실패 사례 | 주의할 점 |
|---|---|---|---|
| 파종 깊이 | 0.5-1cm | 2cm 이상: 발아율 65%↓ | 씨앗 크기의 2-3배 깊이 |
| 포기 간격 | 15-20cm | 10cm 미만: 과밀 생육 부진 | 솎아내기 고려해 약간 좁게 |
| 줄 간격 | 20-25cm | 30cm 이상: 토지 낭비 | 관리 편의성 고려 |
| 파종량 | 10㎡당 5-10g | 과다 파종: 솎음 작업 어려움 | 씨앗 크기 고려해 조절 |
| 복토 두께 | 0.5cm 이하 | 1cm 이상: 발아 지연 |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러줌 |
파종 후에는 반드시 물을 충분히 줘야 합니다. 하지만 갓 씨앗은 물에 약해서 강한 수압으로 주면 씨앗이 떠내려가거나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요.
분무기나 미세 스프링클러를 이용해서 이슬비처럼 뿌려주는 게 좋습니다. 저는 처음에 호스로 확 뿌렸다가 씨앗이 모두 구석으로 몰리는 참사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발아까지는 보통 3-5일이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흙이 마르지 않게 매일 가볍게 물을 줘야 해요.싹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2-3일에 한 번씩으로 물 주기를 줄이면 됩니다.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얕게 자라서 나중에 더위나 가뭄에 약해집니다.키우면서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
갓이 싹을 틔우고 나서부터 수확까지, 이 기간이 진짜 승부처입니다. 많은 분들이 갓은 키우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실수하는 부분이 많아요.
물 관리의 중요성부터 이야기해볼게요. 갓은 수분을 좋아하는 작물입니다.하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주면 안 돼요. 저는 처음에 “물을 좋아하니까 많이 줘야지”라는 생각에 아침저녁으로 물을 줬더니, 잎이 무르게 자라면서 흰가루병이 생겼습니다.갓의 적정 토양 수분은 60-70% 정도예요. 겉흙이 말랐을 때만 흠뻑 주는 게 정답입니다.솎아내기도 중요한 작업입니다. 본잎이 2-3장 나왔을 때 1차 솎음을 하고, 본잎이 5-6장일 때 2차 솎음을 합니다.이때 솎아낸 어린잎은 겉절이로 먹으면 아주 부드럽고 맛있어요. 저는 2차 솎음 때 나온 잎으로 간장 겉절이를 만들어 먹는데, 이게 정말 별미입니다.웃거름(추비)은 언제 줘야 할까요? 갓은 생육 기간이 짧아서 웃거름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잎 색깔이 연해지거나 생육이 더딜 때는 요소비료를 1-2회 정도 줘도 좋아요.파종 후 20일과 35일경에 ㎡당 요소 10g씩을 물에 타서 주면 됩니다. 단, 수확 10일 전에는 비료 주는 걸 중단해야 질산염 축적을 막을 수 있어요.| 생육 단계 | 주요 작업 | 주의할 점 | 수확까지 남은 기간 |
|---|---|---|---|
| 발아-본잎 2장 (파종 후 5-10일) | 1차 솎아내기, 물 관리 | 과습 주의, 햇빛 확보 | 35-50일 |
| 본잎 3-5장 (파종 후 15-25일) | 2차 솎아내기, 웃거름 | 너무 늦게 솎으면 뿌리 손상 | 25-35일 |
| 본잎 6-8장 (파종 후 25-40일) | 병충해 예찰, 물 주기 간격 조절 | 잎이 너무 무성하면 환기 필요 | 10-20일 |
| 수확 직전 (파종 후 40-55일) | 수확 준비, 관수 중단 | 질산염 축적 방지를 위해 10일 전 관수 중단 | 0-10일 |
병충해는 어떻게 막을까요? 갓에 가장 흔한 병은 흰가루병과 무름병입니다. 흰가루병은 잎 표면에 하얀 가루가 끼는 것처럼 보이는데, 습도가 높고 통풍이 안 될 때 주로 발생해요.
예방이 최선이라서, 밀식을 피하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발생했다면 우유를 물에 1:9 비율로 희석해서 뿌려주면 생각보다 효과가 좋습니다.해충 중에서는 배추흰나비 유충(벌레)이 가장 골칫거리예요. 성충이 알을 낳는 시기는 5월과 9월인데, 가을 갓 재배 9월 파종과 정확히 겹칩니다.알에서 깬 유충이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정말 속상하죠. 저는 2-3일에 한 번씩 잎 뒷면을 뒤져서 알 덩어리를 손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써요. 약간 번거롭지만, 친환경 재배를 원한다면 이 방법이 최고입니다.심할 때는 시중에 파는 친환경 유기농 자재(예: 고삼추출물, 제충국)를 사용해도 됩니다.수확, 언제가 가장 맛있을까?
수확 시기는 김장 시기에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11월 중순에 김장을 하니까, 9월 중순에 심었다면 수확은 10월 하순에서 11월 상순이 되겠죠.
하지만 수확은 한 번에 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간이 수확이라는 방법이 있어요. 바깥쪽 큰 잎부터 따서 먹고 속잎은 계속 자라게 두는 겁니다.이렇게 하면 한 포기로 2-3주 동안 계속 수확할 수 있어요. 물론 이 방법은 기온이 너무 낮아지기 전에 해야 합니다.첫서리가 내리면 잎이 얼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니까요. 갓의 맛은 파종 후 50-60일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이 시기의 갓은 잎이 두툼하면서도 부드럽고, 특유의 알싸한 맛이 적당히 올라와요. 너무 일찍 수확하면 맛이 약하고, 너무 늦게 수확하면 질겨지고 쓴맛이 강해집니다.수확할 때는 날씨가 맑은 날 아침 일찍 하는 게 좋아요. 이슬이 마르기 전에 수확하면 신선도가 오래 유지됩니다.수확한 갓은 바로 물에 씻지 말고, 흙만 털어낸 상태로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이렇게 하면 일주일 정도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수확 시기 | 특징 | 맛과 식감 | 활용법 |
|---|---|---|---|
| 파종 후 35-40일 | 어린잎, 부드러움 | 순한 맛, 아삭함 | 겉절이, 쌈 |
| 파종 후 45-55일 | 적정 성숙기 | 알싸한 맛과 부드러움 조화 | 김치, 겉절이 |
| 파종 후 55-65일 | 완전 성숙 | 진한 맛, 약간 질김 | 김치, 묵은지 |
| 파종 후 65일 이상 | 추대 직전 | 쓴맛, 억셈 | 데쳐서 나물 |
저는 개인적으로 파종 후 50일 전후로 수확한 갓으로 겉절이를 만들어 먹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쪽파와 갓을 1:1 비율로 섞고, 액젓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하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어요.
이제 갓 심기에 대한 모든 과정을 알려드렸습니다. 처음에는 까다로워 보일 수 있지만, 한 번만 제대로 해보면 그다음부터는 손쉽게 키울 수 있어요.아, 참고로 말씀드리면 갓은 연작 장해가 있는 작물이라서 같은 자리에 2년 연속 심으면 수확량이 떨어집니다. 올해 심은 자리에는 내년에는 다른 작물(예: 무나 배추)을 심는 게 좋아요.이런 작부 체계를 고려한 밭 설계까지 생각하면, 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