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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텃밭에 나갔다가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어요. 옆 텃밭 아저씨가 4월 중순에 시금치 씨앗을 뿌리고 계신 거예요.
"아저씨, 지금 심으시는 거예요?" 물어보니 "봄인데 안 되겠어?" 하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어려웠지만, 4월 중순 파종은 거의 도박입니다.저도 3년 전 똑같은 실수를 해서 10kg 씨앗 중 고작 2kg만 수확했거든요. 시금치는 온도에 엄청 민감한 작물입니다.발아 적온이 봄에는 15-18℃, 가을에는 10-15℃로 완전히 다릅니다. 게다가 품종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오늘은 제가 겪은 시행착오와 5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봄·가을·월동 시금치 각각의 정확한 파종 시기와 방법을 풀어볼게요.봄 시금치, 언제 심어야 실패 안 할까?
봄 시금치는 가장 까다롭습니다. 저는 처음에 "봄이니까 일찍 심을수록 좋겠지" 하고 2월 말에 파종했다가 망한 경험이 있어요.
시금치 씨앗은 땅 온도가 4℃ 이상일 때 발아하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꽃대가 올라오는 추대 현상입니다.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20℃를 넘으면 시금치가 "아, 더워서 종자 맺어야지" 하고 급격히 꽃대를 올리는데, 그 순간 잎은 얇아지고 식감은 질겨집니다.실제로 일본 농림수산성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8℃를 넘는 날이 5일 이상 지속되면 시금치의 추대율이 40% 이상 급증한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별로 차이가 크지만, 중부 지방 기준으로 봄 시금치의 마지막 파종 적기는 3월 하순입니다.| 지역 | 봄 파종 적기 | 수확 시기 | 평균 기온(℃) |
|---|---|---|---|
| 서울·경기 | 3월 초-3월 중순 | 4월 하순-5월 초 | 8-15 |
| 충청권 | 3월 중순-3월 하순 | 5월 초-중순 | 10-17 |
| 전라·경남 | 2월 하순-3월 초 | 4월 중순-하순 | 10-18 |
| 강원 산간 | 4월 초-4월 중순 | 5월 중순-하순 | 5-13 |
표에서 보듯이 남부 지방은 2월 하순에도 가능하지만, 이때는 반드시 터널 비닐이나 부직포를 씌워줘야 합니다. 저는 충청권에서 3월 첫째 주에 파종하는데, 씨앗을 심고 5-7일 뒤에 싹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만약 4월 초에 심으면? 싹은 잘 나오지만, 수확 직전에 갑자기 꽃대가 올라와서 잎이 질겨집니다. 실제로 2022년 저희 텃밭에서 3월 15일 파종한 구역은 5월 10일까지 부드러운 잎을 수확했는데, 4월 5일 파종한 구역은 5월 초부터 잎이 질겨지기 시작했어요.파종 방법은 이렇습니다. 씨앗은 1-2cm 간격으로 줄뿌림하고, 흙은 0.5-1cm 정도만 덮어주세요.너무 깊게 심으면 발아율이 30% 이상 떨어집니다. 그리고 봄에는 물을 자주 줘야 해요.땅이 마르면 발아가 불규칙해지거든요. 저는 2-3일에 한 번씩 분무기로 물을 뿌려줍니다.중요한 건, 싹이 나온 후에는 물을 줄여야 한다는 점. 과습하면 모잘록병이 생겨서 애지중지 키운 새싹이 하루아침에 쓰러져 버려요. 봄 시금치를 성공시키는 핵심은 품종 선택입니다.'봄왕'이나 '봄맞이' 같은 추대에 강한 품종을 골라야 합니다. 일반 시금치 씨앗은 500g에 5,000-8,000원인데, 봄 전용 품종은 10,000-15,000원 정도로 비싸지만 가격 차이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중요하죠. 저는 처음에 싼 씨앗 사서 3번 망하고 나서야 전용 품종으로 바꿨습니다.그 결과 수확량이 2배로 늘었어요.가을 시금치, 여름 더위가 끝나는 그 순간이 골든타임
가을 시금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물입니다. 이유가 있어요.
봄에는 추대 때문에 눈치 보면서 키워야 하는데, 가을에는 시원한 날씨 덕분에 잎이 두껍고 부드럽게 자랍니다. 게다가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수확할 수 있어서 기간도 길어요.문제는 파종 시기입니다. 너무 일찍 심으면 더위에 씨앗이 상하고, 너무 늦으면 추위에 얼어버립니다.우리나라원예학회의 2021년 연구를 보면, 가을 시금치의 최적 발아 온도는 15-20℃입니다. 이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발아율이 급감해요.25℃에서는 발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고, 10℃ 이하에서는 발아까지 2주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일기예보를 7일 단위로 체크합니다.낮 최고기온이 25℃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잡아요.| 지역 | 가을 파종 적기 | 수확 시기 | 발아 적온 유지 기간 |
|---|---|---|---|
| 서울·경기 | 9월 초-9월 중순 | 10월 중순-11월 말 | 약 30-40일 |
| 충청권 | 9월 중순-9월 하순 | 10월 하순-12월 초 | 약 35-45일 |
| 전라·경남 | 9월 하순-10월 초 | 11월 초-12월 중순 | 약 40-50일 |
| 강원 산간 | 8월 하순-9월 초 | 10월 초-11월 중순 | 약 25-35일 |
제가 충청권에서 텃밭을 운영하는데, 9월 15일 전후로 파종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9월 5일에 심었는데, 당시 낮 기온이 28℃까지 올라가면서 발아율이 30%도 안 됐어요.
반면 2021년에는 9월 20일에 심었는데, 그해 가을이 유난히 따뜻해서 10월 말까지도 잎이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습니다. 가을 시금치의 큰 장점은 저온 저장성입니다.수확 후 1-2℃ 냉장고에 넣어두면 2주 정도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어요. 봄 시금치는 3-4일이면 시들시들해지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가을에 수확한 시금치를 한 번에 많이 해서 김치를 담그거나 냉동 보관합니다.시금치를 데친 후 물기를 꼭 짜서 지퍼백에 넣어 얼리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어요. 파종 방법도 봄과 다릅니다.가을에는 씨앗을 2-3cm 간격으로 좀 더 여유 있게 뿌려주세요. 왜냐하면 가을 시금치는 잎이 더 크게 자라니까요.그리고 물 주는 양을 봄의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가을에는 이슬이 많고 공기 중 습도가 높아서 과습하면 뿌리 썩음병이 잘 생깁니다.저는 4-5일에 한 번씩, 흙이 말랐을 때만 물을 줘요. 또 한 가지 팁은, 싹이 나온 후 2주쯤 지나면 웃거름으로 요소비료를 1회 줍니다.그러면 잎이 더 두꺼워져요.월동 시금치, 눈 밑에서도 자라는 생명력의 비밀
월동 시금치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처음에는 "겨울에 시금치가 자란다고?"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해보고 깜짝 놀랐어요.
눈을 치우면 파릇파릇한 시금치 잎이 나오는 겁니다. 가격으로 따지면 11-12월 시금치가 500g에 3,000-5,000원인데, 월동 시금치는 8,000-12,000원까지 올라가요.직접 재배하면 1kg당 2만 원 정도 절약되는 셈이죠.월동 시금치의 핵심은 내한성 품종과 파종 시기입니다. 우리나라 겨울 시금치의 대명사는 '동절(冬節)' 계열 품종입니다.
이 품종은 영하 10℃까지 버티는 내한성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 2022년 12월 충청권에 영하 12℃까지 내려갔을 때, 동절 시금치는 멀칭 비닐 아래에서 멀쩡히 살아 있었습니다.| 품종명 | 내한성(℃) | 추대 저항성 | 잎 두께 | 씨앗 가격(500g) |
|---|---|---|---|---|
| 동절 | -12--10 | 강함 | 두꺼움 | 12,000-15,000원 |
| 월동왕 | -10--8 | 중간 | 중간 | 10,000-12,000원 |
| 겨울사랑 | -8--6 | 약함 | 얇음 | 8,000-10,000원 |
| 일반 시금치 | -5--3 | 매우 약함 | 얇음 | 5,000-7,000원 |
파종 시기는 10월 중순-11월 초입니다. 너무 일찍 심으면 겨울이 오기 전에 자라서 추위에 약해지고, 너무 늦으면 땅이 얼어서 싹이 나오지 않아요.
저는 10월 20일 전후로 파종하는데, 이때 땅 온도가 10℃ 정도 유지됩니다. 씨앗이 발아하는 데 7-10일 걸리는데, 싹이 나온 후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어느 정도 크는 게 중요합니다.월동 시금치의 비밀은 멀칭(Mulching)에 있습니다. 투명 비닐이나 부직포로 덮어주면 땅 온도가 3-5℃ 올라가고, 바람도 막아줘요.저는 흑색 비닐보다 투명 비닐을 추천합니다. 흑색 비닐은 낮에 열을 흡수하지만 밤에 열을 빨리 빼앗기는 반면, 투명 비닐은 태양광을 통과시켜 땅을 데우고, 밤에는 복사열을 차단해 줍니다.실제로 제 텃밭에서 비교 실험을 해봤는데, 투명 비닐 구역의 시금치가 흑색 비닐 구역보다 생육 속도가 20% 빨랐어요. 수확은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가능합니다.눈이 와도 걱정하지 마세요. 눈이 오히려 보온 역할을 해줘서 시금치를 얼지 않게 보호합니다.저는 눈이 온 날에는 눈을 살짝 치우고 잎만 따서 수확해요. 단, 기온이 영하 10℃ 아래로 내려가는 날은 수확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잎이 얼어서 물러지거든요. 그런 날은 하루만 기다렸다가 수확하면 돼요.월동 시금치를 재배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생명력의 경이입니다. 눈 속에서도 죽지 않고 봄까지 버티는 시금치를 보면, 작물의 적응 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이 경험은 제가 가을 시금치와 봄 시금치를 재배하는 방식까지 바꿔놓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