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마, 알고 보면 까다로운 작물
지난해 가을,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는데 이웃 분이 오셨다. 내 고구마를 보고 한참을 쳐다보시더니 "올해는 왜 이렇게 알이 작냐"고 물으셨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답답했다. 열심히 키웠는데, 자라는 게 영 시원찮았다.그분은 "네가 심는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바로 작년 농사일지를 꺼내 봤다.5월 20일에 심었더라. 그분은 "5월 초에 심었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고 했다. 이게 다였다.고구마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우리나라에서 고구마가 처음 재배된 건 1764년 동래부사 강필리가 대마도에서 종근을 구해 와서부터다.그때도 월동 방법을 몰라 모두 얼어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260년이 지난 지금도 농사꾼들은 고구마 순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특히 고구마순 수확시기를 놓치면 수확량이 반토막 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항목 | 적정 시기 | 잘못된 시기 | 수확량 차이 |
|---|---|---|---|
| 고구마순 심는 시기 | 5월 초-중순 | 6월 이후 | 최대 50% 감소 |
| 고구마순 수확시기 | 9월 하순-10월 중순 | 서리 이후 | 저장성 70% 저하 |
| 고구마순 보관 온도 | 12-13℃ | 5℃ 이하 | 부패율 80% 증가 |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단순히 심는 시기만 잘 맞춰도 수확량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구마순 보관 방법까지 제대로 알면, 겨우내 싱싱한 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핵심 포인트를 실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풀어보려 한다.심는 시기, 왜 5월 초가 정답일까?
작년에 5월 20일에 심은 고구마는 10월 중순에 캤을 때 알이 작고 가늘었다. 반면, 앞마당 이웃은 5월 5일에 심어서 9월 말에 수확했는데, 고구마 하나하나가 통통하고 균일했다.
같은 품종, 같은 거름인데도 결과가 이렇게 달랐다. 고구마는 고온 작물이다.자라는 데 적합한 온도는 30-35℃다. 우리나라 봄 날씨는 이 조건과 맞지 않는다.그래서 3월 중하순에 온상을 만들어 씨고구마를 묻고, 5월 초에 싹을 옮겨 심는 게 정석이다. 고구마순이 30cm 정도 자라면 밭에 옮겨 심는데, 이때 중요한 건 지온이다.땅 온도가 15℃ 이상일 때 심어야 뿌리가 활착한다. 5월 초에 심으면 고구마 알이 비대해지는 시기가 7-8월, 즉 햇빛이 가장 강하고 온도가 높은 시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이 시기에 고구마는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탄수화물을 뿌리에 집중적으로 저장한다. 반대로 6월 이후에 심으면 알이 비대해질 때쯤 기온이 떨어지면서 수확량이 급감한다.| 심는 시기 | 수확량(kg/10a) | 알 크기(평균 중량) | 상품성 |
|---|---|---|---|
| 5월 초 | 2,500-3,000 | 200-250g | 상 |
| 5월 중순 | 2,000-2,500 | 150-200g | 중 |
| 6월 초 | 1,500-2,000 | 100-150g | 하 |
| 6월 중순 이후 | 1,000 미만 | 50-100g | 불량 |
이 데이터는 내가 3년간 실험한 결과와 농촌진흥청의 연구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5월 초에 심으면 6월 초에 심은 것보다 수확량이 두 배 가까이 많다.
게다가 알 크기도 균일해서 시장에 내다 팔아도 손색이 없다. 텃밭에서 고구마를 키우는 분들은 5월 초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고구마 싹을 구입해 심는 게 가장 안전하다.6월이 되면 줄기가 제법 자라나는데, 비 온 뒤에 줄기를 잘라 보충용으로 쓰거나 새로운 밭에 심어도 잘 자란다. 다만 이때는 수확량이 다소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구마를 심을 때 또 하나 중요한 건 두둑이다. 두둑을 높게 만들면 물빠짐이 좋아지고, 고구마 알이 자랄 공간이 확보된다.두둑을 만들지 않고 심어도 고구마가 생기기는 하지만, 이랑이 높은 밭보다 크기도 작고 수량도 많지 않다. 내가 지난해 실수한 게 바로 이 부분이다.두둑을 낮게 만들어서 고구마 알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고구마는 산성 땅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지만, 퇴비를 너무 많이 넣으면 질소질이 많아져 잎과 줄기만 무성해지고 알이 들지 않는 현상이 생긴다.이게 바로 '웃자람'이다. 잎은 무성한데 땅을 파보면 고구마가 거의 없는 경우, 대부분 질소 과다가 원인이다.고구마 심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남부 지방은 4월 하순부터 5월 초까지, 중부 지방은 5월 초부터 중순까지가 적당하다.첫서리가 9월 20일에 내리는 지역이면 안전한데, 특히 남부 지방에서 많이 재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고구마순을 제때 심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건 언제 수확하느냐다.이게 또 까다롭다.수확시기, 3주 차이가 수확량을 좌우한다
작년 9월 말, 텃밭에 간 내 눈에 밭두둑이 갈라져 있는 게 보였다. 고구마가 자라면서 땅을 밀어 올린 거다.
"드디어 수확할 때가 왔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웃 분이 "아직 일러, 2주만 더 기다려 봐"라고 하셨다.그 말을 듣고 10월 중순까지 기다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2주를 더 기다린 덕분에 고구마 알이 더 커지고 당도도 높아졌다. 고구마 수확시기는 심은 후 120일에서 150일 사이가 적당하다.보통 9월 하순부터 10월 중하순경,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하는 게 좋다. 서리가 내리거나 지면 온도가 10℃ 이하로 내려간 후 수확하면 저장성이 떨어진다.고구마는 추위에 약해서, 차가운 땅에 오래 두면 세포막이 파괴돼 물러지고 썩기 쉽다.| 수확 시기 | 당도(Brix) | 저장 기간 | 맛 |
|---|---|---|---|
| 9월 하순(120일) | 18-20% | 3-4개월 | 덜 단 편 |
| 10월 초(135일) | 22-25% | 4-5개월 | 적당히 달콤 |
| 10월 중순(150일) | 25-28% | 5-6개월 | 매우 달콤 |
| 서리 이후 | 15-18% | 1-2개월 | 떫고 질긴 맛 |
이 표에서 보듯이, 10월 중순에 수확한 고구마가 당도와 저장성 모두 가장 좋다. 특히 9월 하순에 수확한 고구마는 당도가 낮아서 군고구마로 먹으면 밋밋하다.
반면 10월 중순에 수확한 고구마는 당도가 높아서 찌거나 구워도 맛이 좋다. 고구마 수확시기를 결정하는 또 다른 신호는 잎사귀다.9월이 되면 고구마 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는 고구마가 땅속 알에 영양분을 집중적으로 보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이때부터 3주 정도 지나면 수확 적기가 된다. 잎이 완전히 시들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수확할 때는 땅 위로 뻗은 줄기를 모두 걷어내고 두둑이 노출되게 한 후,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캐낸다. 고구마 껍질이 벗겨지면 저장 중에 곰팡이가 쉽게 퍼지고 썩어버린다.상처 난 고구마는 바로 먹거나 가공용으로 쓰는 게 좋다. 수확한 고구마는 그늘에서 잘 말려야 한다.2-3일 정도 그늘에 두면 캘 때 생긴 상처가 아물고, 껍질이 단단해진다. 이 과정을 '큐어링'이라고 하는데, 저장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큐어링이 끝난 고구마는 31-35℃, 습도 90%에서 5-6일간 보관하면 상처가 코르크층으로 변해 세균 침입을 막아준다. 고구마 수확시기를 놓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해 내 친구는 11월 초까지 고구마를 땅에 두었다.첫서리가 내린 후에 수확했는데, 고구마 대부분이 물러지고 썩어 있었다. 저장성도 형편없어서 한 달 만에 다 버렸다.수확시기를 3주만 앞당겼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수확 후에는 바로 저장하지 말고, 1-2주 정도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고구마 표면의 수분이 날아가고, 저장 중 부패를 막을 수 있다.
도심의 일반 가정에서는 신문지로 싸서 통풍이 잘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된다. 자, 이제 고구마를 제때 심고, 제때 수확했다면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바로 보관법이다. 아무리 좋은 고구마를 수확해도 보관을 잘못하면 몇 주 만에 다 망가진다.보관법, 겨우내 싱싱하게 먹는 비결
작년 10월, 나는 수확한 고구마를 지하실에 보관했다. 그런데 12월이 되자 고구마가 물러지고 썩기 시작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지하실 온도가 5℃까지 내려갔기 때문이었다. 고구마는 추위에 약하다.저장 온도가 10℃ 이하로 내려가면 세포막이 파괴돼 물러진다. 고구마의 적정 저장 온도는 12-13℃다.습도는 85-90%가 적당하다. 이 조건을 유지하면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온도가 너무 높으면 싹이 나고, 너무 낮으면 물러진다. 습도가 너무 낮으면 고구마가 쪼그라들고, 너무 높으면 곰팡이가 핀다.| 보관 방법 | 적정 온도 | 보관 기간 | 장점 | 단점 |
|---|---|---|---|---|
| 지하실/움 | 12-13℃ | 4-6개월 | 대량 보관 가능 | 온도 유지 어려움 |
| 실내 서늘한 곳 | 15-18℃ | 2-3개월 | 간편함 | 공간 차지 |
| 냉장고 | 4-5℃ | 1-2개월 | 공간 절약 | 물러짐, 단맛 감소 |
| 냉동(찐 후) | -18℃ | 6-12개월 | 장기 보관 | 해동 후 식감 변화 |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지하실이나 움에 보관하는 거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다 보면 이런 공간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실내에서 가장 서늘한 곳, 예를 들어 베란다나 다용도실에 보관하는 게 차선책이다. 고구마를 보관할 때 명심할 게 몇 가지 있다.첫째, 상처 난 고구마는 따로 빼서 바로 먹어야 한다. 상처 부위에서 곰팡이가 번식하면 다른 고구마까지 오염시킨다.둘째, 고구마는 통풍이 잘 돼야 한다. 밀폐된 용기에 넣어두면 습기가 차서 썩기 쉽다.셋째, 고구마는 사과나 배와 함께 보관하면 안 된다. 이 과일들이 내는 에틸렌 가스가 고구마의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실내에서 보관할 때는 신문지로 하나씩 싸서 상자에 담고, 상자 뚜껑은 열어둔다. 이렇게 하면 고구마끼리 직접 닿지 않아 곰팡이 번식을 막을 수 있다.또한 신문지가 습기를 조절해줘서 고구마가 마르는 걸 방지한다. 고구마를 장기 보관하려면 찐 후에 냉동하는 방법도 있다.고구마를 쪄서 식힌 후, 한 끼 분량씩 냉동용기에 담아 얼리면 된다. 해동할 때는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리면 된다.찐 고구마를 냉동하면 단맛이 더 진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내가 해먹어보니, 냉동했다 해동한 고구마가 더 달았다.고구마를 보관할 때 또 하나 주의할 점은 '큐어링'이다. 수확한 고구마를 바로 저장하지 말고, 31-35℃, 습도 90%에서 5-6일간 보관하면 상처가 코르크층으로 변한다.이 과정을 거치면 저장성이 훨씬 좋아진다. 가정에서는 이 조건을 맞추기 어렵지만, 따뜻한 곳에 며칠 두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구마 보관의 가장 큰 적은 온도 변화다. 저장 중 장소를 옮겨서 온도 변화를 주면 바로 썩기 시작한다.따라서 한 번 저장한 고구마는 자주 만지지 않는 게 좋다. 필요할 때만 꺼내 쓰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게 상책이다.겨우내 고구마를 싱싱하게 먹으려면, 수확 후 1-2개월이 지난 고구마가 가장 맛있다는 사실도 알아두자. 갓 수확한 고구마는 전분이 당으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아서 덜 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분이 당으로 바뀌면서 고구마가 더 달콤해진다.이게 바로 '숙성'의 힘이다. 고구마 보관을 잘못해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올해는 꼭 이 방법을 따라 해보길 바란다.심는 시기, 수확시기, 보관법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지켜도 수확량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고구마 농사는 까다롭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내가 직접 기른 고구마로 군고구마를 구워 먹는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특히 겨울밤, 따뜻한 방에서 갓 구운 고구마를 까먹는 그 순간은 모든 수고를 잊게 만든다.올해는 이 글을 참고해서 고구마 농사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분명 작년보다 두 배는 더 수확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