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베란다 토마토는 열매를 잘 안 맺을까
지난해 봄, 나는 베란다에서 방울토마토를 키우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본 예쁜 사진에 반해 작은 화분에 모종을 심고 물도 주고 햇빛도 쐬며 정성을 쏟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꽃만 피고 열매는 전혀 맺히지 않았다. "왜 이러지?" 하는 답답함에 여러 커뮤니티를 뒤졌고, 결국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우리나라 베란다 환경은 토마토가 스스로 수정하기에 너무 열악하다는 점이었다. 토마토는 원래 자가수분 작물이라 바람이나 곤충만 있어도 자연스럽게 수정이 된다.그러나 베란다는 실내 공간이라 바람이 거의 없고, 곤충도 들어오지 못한다. 게다가 유리창을 통과한 빛은 자외선이 부족해 꽃가루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실제로 농촌진흥청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실내 재배 토마토의 자연 착과율은 평균 3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야외 재배가 85-95%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환경 조건 | 자연 착과율 | 인공수정 후 착과율 |
|---|---|---|
| 야외 재배 | 85-95% | 95% 이상 |
| 베란다 재배 | 20-30% | 80-90% |
| 창문 없는 실내 | 5-10% | 60-70% |
이 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토마토는 열 개 꽃 중에서 서너 개만 열매로 이어진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인공수정을 하면 착과율이 80% 이상으로 확 올라간다.
이 차이가 내가 그동안 왜 토마토를 한 알도 못 먹었는지 설명해 주더라.더 흥미로운 건 품종별 차이였다. '미니찰'이나 '스위트100' 같은 품종은 베란다 환경에서도 비교적 수정이 잘 되는 편이지만, '대추토마토'나 '블랙체리' 같은 품종은 인공수정이 거의 필수다.
내가 키운 건 '블랙체리'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난이도가 높은 품종을 고른 셈이었다. 그렇다면 인공수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섹션에서 내가 직접 시도한 방법을 단계별로 풀어보겠다.가장 쉬운 방법 손가락 톡톡법부터 시작하자
인공수정이라고 하면 뭔가 복잡하고 어려울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첫 번째 방법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바로 '손가락 톡톡법'이다. 방법은 이렇다.토마토 꽃이 활짝 피었을 때, 꽃대를 손가락으로 살짝 톡톡 두드리는 것이다. 이 충격으로 꽃가루가 암술로 떨어지면서 수정이 일어난다.농업 전문지 '원예과학기술'에 실린 실험에 따르면, 이 방법만으로도 착과율이 40-5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시간이다. 토마토 꽃은 보통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에 꽃가루가 가장 활발하게 터진다.이 시간을 놓치면 효과가 반으로 줄어든다. 내 경험상 오후에 톡톡 해본 적도 있는데, 결과가 확실히 안 좋더라. 꽃가루가 오전에 가장 건조하고 활성화되기 때문이다.또 하나의 꿀팁은 습도 관리다. 베란다가 너무 건조하면 꽃가루가 마르고, 너무 습하면 꽃가루가 뭉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이상적인 습도는 50-60% 정도다. 나는 베란다에 작은 가습기를 하나 놓고 습도를 체크했다.처음엔 저렴한 아날로그 습도계를 샀는데, 그게 오차가 꽤 있더라. 그래서 디지털 온습도계(1만-2만 원대)로 바꾼 후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간대 | 꽃가루 활성도 | 추천 수정 방법 |
|---|---|---|
| 오전 7-8시 | 낮음 | 햇빛이 들어올 때까지 대기 |
| 오전 9-11시 | 매우 높음 | 손가락 톡톡 or 면봉법 |
| 오후 12-2시 | 보통 | 효과 떨어지나 가능 |
| 오후 3시 이후 | 낮음 | 다음 날로 미루는 게 나음 |
이 표를 프린트해서 베란다 문 옆에 붙여놓았다. 아침에 출근 전에 확인하고 톡톡 해주는 게 일상이 되더라. 손가락 톡톡법은 정말 간단해서 부담이 없다.
다만, 꽃이 너무 어릴 때 하면 오히려 꽃이 상할 수 있으니 꽃이 완전히 활짝 폈을 때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손가락 톡톡법에도 한계는 있다.꽃이 너무 작거나, 품종에 따라 효과가 미미할 때가 있다.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면봉 하나로 해결 정밀 인공수정의 기술
손가락 톡톡법으로도 안 되는 경우, 두 번째 방법을 써야 한다. 바로 면봉 인공수정이다.
이 방법은 약간 손이 가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준비물은 간단하다.약국에서 파는 일반 면봉 하나면 된다. 방법은 이렇다.면봉의 솜 부분을 살짝 풀어서 부드럽게 만든다. 그리고 꽃의 수술(노란 꽃가루가 묻어 있는 부분)을 살짝 문지른다.그러면 면봉에 꽃가루가 묻어 나오는데, 그걸 같은 꽃의 암술(가운데 튀어나온 부분)에 발라주면 된다. 처음에 이걸 할 때는 손이 엄청 떨렸다.꽃이 너무 작고 연약해서 건드리면 부러질까 봐. 그래서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5배율 돋보기(인터넷에서 3천 원 정도에 샀다)를 하나 샀다. 그걸 쓰니까 수술과 암술이 확실히 구분되더라. 사실 육안으로도 충분히 보이긴 하는데, 돋보기가 있으면 훨씬 정확하게 할 수 있다.한 가지 주의할 점은 면봉을 너무 세게 문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꽃가루는 생각보다 쉽게 묻어나오니까 살짝만 스쳐도 된다.너무 세게 하면 꽃이 상해서 오히려 열매가 안 맺힌다.| 도구 | 가격대 | 효과 | 추천 상황 |
|---|---|---|---|
| 손가락 톡톡 | 0원 | 보통(40-50%) | 꽃이 많고 시간이 없을 때 |
| 일반 면봉 | 500원 | 높음(70-80%) | 정밀한 수정이 필요할 때 |
| 미술용 붓(4호) | 2,000원 | 매우 높음(85% 이상) | 꽃이 적고 집중할 때 |
| 전동 수분기 | 15,000-30,000원 | 높음(80%) | 대량 재배 시 |
내 경험상 미술용 붓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면봉보다 솜이 더 부드럽고 섬세해서 꽃을 덜 손상시킨다.
특히 4호 사이즈의 둥근 붓이 토마토 꽃 크기에 딱 맞는다. 문구점에서 2천 원 정도면 살 수 있고, 한 번 사면 몇 달은 쓴다.사용 후에는 물에 살짝 헹궈서 말려두면 다음에도 재사용 가능하다. 면봉법을 쓸 때 또 하나 중요한 건 꽃가루의 상태 확인이다.꽃가루가 노랗고 가루처럼 잘 떨어지면 건강한 상태다. 만약 꽃가루가 갈색이거나 물컹하면 습도가 너무 높거나 꽃이 이미 늙은 거다.이럴 땐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면봉법으로 모든 꽃을 다 해줘야 하나?" 정답은 '아니오'다. 꽃이 너무 많으면 지치니까, 전체의 60-70% 정도만 해줘도 충분히 많은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다.나는 아침에 커피 마시면서 5분 정도 투자했고, 그걸로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그런데 인공수정을 아무리 잘해도, 근본적인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다음은 베란다 환경을 최적화하는 몇 가지 팁이다.베란다 환경이 수정 성공률을 결정한다
아무리 인공수정을 열심히 해도 베란다 환경이 나쁘면 소용없다. 내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정리해봤다.
첫 번째는 빛이다. 토마토는 하루 최소 6시간 이상의 직사광선이 필요하다.그런데 우리나라 베란다는 보통 남향이 아니라도 창문이 한쪽 방향으로만 나 있어서 햇빛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나는 이 문제를 LED 식물등으로 해결했다.처음엔 3만 원짜리 싼 제품을 샀는데, 스펙터럼이 좁아서 효과가 별로였다. 그래서 7만 원 정도 주고 풀스펙트럼 LED등(빨강+파랑+백색 혼합)을 샀더니 확실히 달라지더라. 하루 12-14시간 켜두니까 꽃도 더 많이 피고 열매도 더 잘 맺혔다.| 환경 요소 | 부족할 때 증상 | 해결 방법 | 예상 비용 |
|---|---|---|---|
| 일조량(6시간↓) | 꽃은 피나 열매 안 맺힘 | LED 식물등 추가 | 3-10만 원 |
| 습도(40%↓ 또는 70%↑) | 꽃가루 건조/뭉침 | 가습기/제습기 사용 | 2-5만 원 |
| 온도(15℃↓ 또는 35℃↑) | 꽃이 떨어짐 | 베란다 단열/환기 | 무료-10만 원 |
| 바람(없음) | 꽃가루 분산 안 됨 | 선풍기 약풍 2시간 | 3만 원 |
두 번째는 바람이다. 토마토는 줄기가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있어야 꽃가루가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베란다는 바람이 없으니까, 작은 선풍기나 탁상용 팬을 이용해서 인공 바람을 만들어줘야 한다. 나는 다이소에서 5천 원 주고 산 미니 선풍기를 화분 옆에 두고 하루 2시간씩 약풍으로 틀어줬다.단, 너무 강한 바람은 오히려 꽃을 떨어뜨리니까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온도다. 토마토는 낮 25-28℃, 밤 15-20℃에서 가장 잘 자란다. 베란다는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에 너무 추워서 이 온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나는 여름에는 블라인드를 쳐서 직사광선을 막고, 겨울에는 보온덮개(홈쇼핑에서 2만 원대에 팔더라)를 씌워서 온도를 조절했다. 네 번째는 영양 관리다. 토마토가 열매를 맺으려면 인산과 칼륨이 충분해야 한다. 질소가 너무 많으면 잎만 무성해지고 꽃은 적게 핀다.나는 처음에 '식물 영양제'라고 해서 아무거나 샀다가 질소 과다로 잎만 왕성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토마토 전용 비료(인산과 칼륨 비율이 높은 것)로 바꿨다.시중에 5천 원-1만 원 정도면 구매 가능하다. 액체 비료는 2주에 한 번, 알갱이 비료는 한 달에 한 번 주면 적당하다.| 비료 종류 | 가격대 | 사용 빈도 | 특징 |
|---|---|---|---|
| 액체 비료(토마토용) | 5,000-8,000원 | 2주 1회 | 희석해서 물 대신 사용 |
| 알갱이 비료(완효성) | 8,000-12,000원 | 1달 1회 | 화분 위에 뿌려둠 |
| 수용성 비료 | 10,000-15,000원 | 물 탈 때마다 | 정밀한 영양 조절 가능 |
환경만 잘 맞춰줘도 인공수정의 효과가 배가된다. 특히 LED 식물등과 선풍기는 진짜 효과를 봤다.
이제 마지막으로, 인공수정 후 열매가 제대로 자라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수정 성공! 열매가 잘 자라는지 확인하는 법
인공수정을 하고 나면, 3-5일 후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수정에 성공하면 꽃잎이 시들면서 꽃받침 부분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열매가 되는 과정이다. 반대로 수정에 실패하면 꽃이 통째로 떨어지거나, 꽃받침만 남고 마르게 된다.내가 인공수정 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첫 번째 열매가 맺히는 시기였다. 방울토마토는 보통 꽃이 핀 후 50-60일이면 수확이 가능하다.그런데 베란다 재배는 온도와 빛의 영향으로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내 경우는 꽃이 핀 후 65일 만에 첫 수확을 했다.비록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지만, 직접 키운 토마토의 맛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열매가 잘 자라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첫째, 열매의 색깔을 본다. 초록색에서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정상이다.둘째, 크기를 체크한다. 방울토마토 기준으로 지름 2-3cm 정도면 수확해도 좋다.셋째, 만져봤을 때 약간 물렁한 느낌이 들면 완전히 익은 거다. 하지만 모든 열매가 동시에 익지는 않는다.보통 아래쪽(첫 번째 꽃대)에서부터 익기 시작해서 위로 올라간다. 그러니까 아래쪽 열매를 먼저 수확하고, 위쪽은 기다리면 된다.| 단계 | 시기(수정 후) | 특징 | 체크 포인트 |
|---|---|---|---|
| 1단계 | 1-3일 | 꽃잎 시듦 | 꽃받침 부풀어 오르는지 확인 |
| 2단계 | 7-14일 | 작은 초록 열매 | 크기가 0.5cm 정도 |
| 3단계 | 21-35일 | 열매 성장 | 1-2cm, 색깔 변화 시작 |
| 4단계 | 40-55일 | 색깔 전환 | 노랑→주황→빨강 |
| 5단계 | 50-65일 | 완숙 | 약간 물렁, 수확 가능 |
주의할 점도 있다. 열매가 너무 많이 달리면 영양분이 분산돼서 크기가 작아질 수 있다.
이때는 솎아주기가 필요하다. 한 꽃대에 3-4개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따주면 된다.처음엔 아까워서 못 했는데, 솎아주고 나니 남은 열매가 더 크고 맛있어지더라.또 하나, 칼슘 부족을 조심해야 한다. 토마토는 칼슘이 부족하면 열매 밑부분이 검게 썩는 '배꼽썩음병'이 생긴다.
이를 예방하려면 토마토 전용 비료 외에도 달걀 껍질을 으깨서 화분에 뿌려주거나, 시중에 파는 칼슘제(액체, 5천 원 정도)를 물에 타서 주면 좋다. 이제 모든 과정을 마쳤다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았다.바로 인내심이다. 베란다 토마토 재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꽃이 핀 후 최소 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끝에서 직접 키운 토마토를 맛보는 순간,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나도 지난해 첫 수확 때 그랬다.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더 달고 향이 진했다.그 맛을 잊지 못해 올해도 다시 키우고 있다. 당신도 이 방법으로 올여름에는 주렁주렁 열린 토마토를 수확해보길 바란다.